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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목 (2006-08-14 06:19:17, Hit : 6805, Vote : 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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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내 몸에 불난 것도 아닌데
한성대 김상조 교수는 '재벌 천적'이라고 불립니다. 그는 참여연대에서 경제개혁센터 소장과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참여연대에서 분화하여 독립적인 '경제개혁연대'를 만들기 위한 준비위원장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생명보험회사의 상장에 따른 이익을 계약자에게도 배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김근태 열린우리당 당의장의 재계와의 '빅딜' 제안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그의 태도는 늘 당당하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를 배려합니다. 시장 만능주의의 위험함을 경고하며 신자유주의의 반대의 선봉에 서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제가 눈여겨 보는 것은, 이러한 그의 사회적 활동보다는 칸트보다 철저한 자기관리에 있습니다.
쾨니스히스베르크 주민들은 칸트가 산책에 나서는 것을 보고 시계를 오후 4시로 맞추었다는 일화는 매우 유명합니다. 김상조 교수도 여기에 못지 않습니다.
아주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그는 새벽 1시에 잠들어 6시에 일어난다고 합니다. 오전 7시 15분에 집을 나서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고 출근합니다. 그의 직장인 대학교에 도착하는 시간은 8시 30분. 지하철을 타기 전에는 항상 가판대에서 신문을 사서 읽고, 연구실에 들어가서는 맨 먼저 이메일을 체크합니다. 학교 식당에는 정오에, 그리고 오후 6시에 딱 들어갑니다. 학교에서는 강의와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게다가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일에 발로 뛰고 있으니 아무리 빨라도 밤 10시가 되어서야 귀가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뜬금없이 김상조 교수의 이야기가 생각난 것은,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생활습관'이 결코 쉬운 것이 아님을 또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수양이자 수행입니다.

휴가의 끄트머리에 회사 건물에 불이 났습니다. 다행히 불에 타지는 않았으나 유독한 연기가 사무실을 훑고 간 자리는 처참했습니다. 새까만 사무실을 복구하는 데 꼬박 일주일이 넘게 걸렸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새벽까지 일을 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오랜만에 육체노동을 좀 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 생활조차 독한 연기가 지나간 자리처럼 원래의 모습을 잃고 말았습니다.
오늘은 모처럼 새벽에 일어났습니다. 이제 나의 신체 시계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겠습니다. 내몸에 불난 것도 아닌데 나를 잃어버린 시간이었습니다.



주역 제8괘는 비|比|괘입니다. 비교를 뜻하니 '경쟁'이라 풀이할 수도 있고, 두 사람이 나란히 선 형상이니 '인화'라고 풀이할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비괘의 제2효는 '比之自內 貞 吉'입니다. 경쟁이든 인화든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서 비롯된 것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끝이 길하다는 뜻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먼저 이겨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안으로부터 비롯된 마음이 곧으면 길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풀이하든 모든 것은 나로부터 비롯되며 그것을 곧게 끝까지 유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나로부터 비롯된 그 길이 곧고 바르다면 그것을 또한 도|道|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걸어간 자국이 바로 길이며, 그 길을 일러 도|道|라고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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