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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병목 (2008-05-28 03:25:36, Hit : 25890, Vote : 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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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촌지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화계획' 중에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의 폐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마 더 이상 이 운동이 필요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부모2.0(www.bumo2.com)에서 지난 달 '학교자율화계획'의 전반적인 찬반 의견과 특히 그 중에서 어떤 항목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때마침 <시사저널>에서 촌지 실태에 대해 기획 취재를 한다고 하여 취재 협조를 위해 촌지 문제만을 떼어 따로 긴급하게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습니다.

원래 촌지(寸志)는 '마음이 담긴 작은 선물'을 뜻합니다. 그래서 촌의(寸意)라고도 하고 촌정(寸情)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느 순간 '뇌물'이라는 의미로 바뀌었습니다. 아마 지금의 부모들 중에서는 촌지에 원래 이렇게 소박한 뜻이 담겨 있었음을 알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것입니다.

이번 조사 결과 촌지를 실제로 '줬다'는 비율이 36.7%로 나왔습니다. 주위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 체감지수보다 적게 나왔다는 반응입니다. 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한 학부모 의견입니다.

"아이의 교육과 촌지를 별개라고 생각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전 학교 선생님에게 촌지 요구를 받았습니다. 간접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는 선생님 모습에 전 당황을 했습니다. 학부모들은 성의껏 돈을 모아서 전달하기로 했고, 전 갈등을 했습니다. 다른 부모들이 촌지를 전달하면 내 아이에게는 불이익이 가는 건 아닐까하는 조바심이 생겼습니다. 전 고심 끝에 돈을 내지 않았습니다. 촌지를 드린다고 해서 저의 아이를 특별하게 돌봐 주신다는 보장도 없고 괜히 나의 조급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직까지 촌지를 요구하는 선생님들이 있다니 실망스러울 뿐입니다. 일부 부도덕한 선생님들 때문에 일선에서 열심히 교육하시는 분들에게까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했던 촌지 요구사건이었습니다."

학교에 근무하시는 어떤 분은 이런 의견을 올리셨습니다.

"학교에서 근무하다 보면 촌지를 받는 일은 허다합니다. 내가 받고 내 자녀의 선생님께 드리지 않는 것은 뒷간에 다녀와서 뒤를 안 닦은 느낌이랄까? 게다가 같은 동료교사들끼리는 서로 압니다. '내가 줬는데 너는 나 안 주냐'라는 마음 갖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요?"

이런 의견이 의외로 많았습니다. 촌지를 실제로 '줬다'는 비율과 체감지수가 다른 것은 이 때문입니다. 학부모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거의 모든 학부모가 촌지를 주고받는 현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생각보다' 적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제는 촌지를 실제로 '줬다'는 비율의 많고적음이 아니라 촌지를 주는 행위가 여전히 공공연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줬다'는 비율이 37%인데 비해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이 폐지될 경우 촌지가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78%에 나타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촌지 문제는 어디까지나 쌍방의 문제입니다. 일방적으로 교사들의 자질 문제로 몰아가서는 물론 안 됩니다. 자신의 아이를 잘 봐달라는 의미로 주는 촌지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학부모도 많습니다. 그래서 촌지 문제 해결을 이야기하다 보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비유를 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촌지 문제는 명확하게 일대다의 문제입니다. 촌지를 받는 쪽은 한 사람이고 주는 쪽은 여럿입니다. 이럴 때 1차적인 해결책은 받는 쪽에서 나와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촌지 안 주고 안 받기' 운동입니다. 받는 당사자들의 자정 운동입니다. 스스로 정화되지 않고 도리어 심각해질 때 반발이 따르게 되고, 이것이 시민운동이 되는 것입니다. 비록 아직 촌지를 주고받는 행위가 공공연한 현실이지만 촌지를 주고받지 않겠다는 자정 노력은 마땅히 환영받아야 할 일이고, 보다 더 강력하게 추진되어야 할 일입니다. 오죽했으면 어느 시민단체는 촌지를 주는 학부모도 처벌하자는 내용의 법안까지 국회에 청원했겠습니까? 촌지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학교와 학부모 당사자들의 자정 운동이 한참인데 정부가 나서서 스스로 그 운동을 폐기하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관련기사] "스승의 날에 촌지 준 적 있다" 70.1%
[관련기사] 학부모가 주는 봉급 ‘촌지’ 아이가 볼모 “안 주고는 못 배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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