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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무언가를 "해낸"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도 남의 손을 빌려 쓴 것이 아닌 당사자가 직접 자신의 얘기를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거기에는 주인공만이 담을 수 있는 '확신'과 '자신감'이 있습니다.

조운호 - 입사 9년차 38세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발탁된 샐러리맨의 신화. 적자 450억원, 부채 700억원의 웅진식품을 2년 만에 매출 2,600억원으로 키운 불도저형 CEO. 가을대추, 아침햇살, 초록매실... 이어지는 히트 상품 제조기. 참, 빠뜨린 거 한가지 더, 부산상고와 야간대학 출신으로 초고속 승진 끝에 마침내 CEO에까지 오른 사람.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는 웅진식품 조운호 사장의 성공 스토리이자 경영 다큐멘터리입니다.


   제   목 : 아무도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한다
   지은이 : 조운호
   펴낸곳 : 책바치 (초판 출간일 2004.12.4 | 초판 1쇄를 읽음) ₩10,000

얼마 전 조운호 사장은 어떤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곡물음료가 서양의 오렌지 커피 탄산음료를 대체하는 대세상승장의 시기에 다다랐다"며 그들의 경쟁상대는 연 매출 20조원의 코카콜라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대단한 자신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자신감의 표현이 그냥 해본 소리가 아니었구나, 정말 확신에 차있으며, 그라면 능히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경영'을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은 그것이 참 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얼마나 피말리는 일인지 알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특히 신생 기업일 때는 더더욱 말입니다. 히트 상품이라는 것이 하루 이틀의 반짝이는 아이디어 또는 어느날 갑자기 문득 깨달은 영감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경영자만큼 어려운 '보직'도 없다는 것을 충분히 알지만, '남'의 얘기를 하면 또 주관의 오류에 빠집니다. 이 점에서는 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운호 사장에 대한 저의 선입관은 이러했습니다. 가을대추, 아침햇살, 초록매실 - 참 브랜드 네이밍 잘한다, 틈새 시장을 잘 뚫었구나, 운이 참 좋네... 저 역시도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남의 얘기는 정말 쉽습니다.

누적되는 적자로 곧 사업을 접을 직전까지 이른 웅진인삼(웅진식품의 전신)을 살리라는 임무를 띠고 급파될 때 그는 입사 6년차, 과장 1년차 팀장이었습니다. 식품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모르던 그는 우선 열흘만에 조직 개편을 단행했습니다. 그리고는 기획실에 쳐박혀 두문불출 상품기획에 매달렸고, 그 때 '가을대추'가 탄생하게 됩니다. 약국용 대추 드링크의 판매 추이를 분석하고는, 이것은 '된다'라는 확신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윤석금 회장의 재가를 얻어냅니다. 그리고 조사장은 이렇게 다짐합니다.
"생각은 할 만큼 했다. 이젠 불도저처럼 밀어붙여야 할 때다. (...) 증명할 길이 없다. 하지만 나는 분명히 눈사람을 보았다. 내 눈엔 눈사람이 보인단 말이다!"

식품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고, 생산에 대해서도 문외한이고, 더더군다나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생산하고 전국적 영업을 시행하는 일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없었던 조사장이 선택한 방법은 '직접 찾아가서 벤치마킹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이트 맥주, 비락식혜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확신을 합니다 "그래 결국 제품이야."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킨 제품 하나가 수십 년의 아성을 깰 수 있다는 믿음! 그렇게 해서 '가을대추'가 탄생했습니다.

가을대추 성공 이후 조운호는 다시 그룹으로 돌아가고, 2년이 흘렀습니다. 웅진식품은 가을대추 이후 후속 상품을 만들지 못한 채 매달 10억씩 적자가 누적되고 있었습니다. 연간 적자 150억씩, 그러다가 부채가 700억이 된 상태였습니다. 조운호는 다시 웅진식품으로 내려갑니다.

여기서부터 그의 이야기는 더욱 흥미진진해집니다. 모든 것이 뒤엉킨 상태에서 어떻게든 길이 보일 것이라는 믿음, 그리고 그의 '킹핀'이론 - 10개의 볼링핀을 모두 맞히려면 반드시 1번 핀(킹핀)을 쓰러뜨려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결론, "지금 웅진식품은 새로운 상품이 필요하다. 그게 킹핀이다."

아침햇살은,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는 밥 같은 음료'를 찾다가 그가 15년째 먹고 있던 선식에서 그 아이디어를 얻은 것입니다. 일단 밥같은 음료, 쌀로 만든 음료 개발에 착수하고, 두 달여 고민 끝에 '햇살'이라는 이름을 생각해내고, 100년 1,000년이 가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을 위해 황석봉 선생을 찾아가고, 제품에 문화적 가치를 더욱 높이기 위해 이어령 교수를 찾아가 자문을 구하고, 광고할 돈이 없었지만 어렵사리 출시발표회는 꼭 하겠다고 우겨서 제품출시발표회를 하고, 정말 다행히(!) 이것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점점 승산이 보이고, 여세를 몰아 반드시 TV광고를 하겠다고 우기고 우겨서 결국에는 회장의 재가를 받아냅니다.
조사장은 이 때의 심정을 '작두를 타고 있었다'고 표현합니다. "종이를 쓱 갖다 대면 바로 두 조각이 날 정도로 날카로운 작둣날 위에 맨발의 무당이 올라탄다. 신들리지 않은 무당은 발을 베인다. 하지만 신들린 무당은 그 날카로운 작둣날 위에서 춤을 춘다."(p.144)

아침햇살이 히트의 조짐을 보이자 그는 영업에서도 탁월한 수완을 발휘합니다. 직영 영업장을 모두 없앱니다. 그리고 여전히 누적적자가 계속되던 시기임에도, 대리점으로부터 기존 제품을 모두 반품받습니다. 계약에는 반품은 불가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있으나마나한 대리점 인센티브를 없애고, 목표에 따른 총액 할당과 보다 획기적인 인센트브제를 제시합니다. 그러면서 매출 목표는 기존의 두 배로 잡습니다. 기존 제품을 모두 철수하고 아침햇살 하나로만, 그러면서 매출은 두배... 결론을 말하자면 성공했습니다.

얘기는 계속됩니다. (그러나 생략합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쓴 글은, 이래서 재미있습니다. 성공의 '법칙'을 규정하는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가 없습니다. 성공한 '법칙'이 아니라 '사람'의 얘기를 들을 수 있고, 그 사람의 의지와 사고 방식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경영의 경험이 있거나, 영업 또는 마케팅의 경험이 있거나, 지금 그와 비슷한 일들을 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제가 느낀 이 즐거움을 함께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
[책장을 덮고 느낀 점들 - 그냥 나열함]

포화된 시장은 없다. 틈새는 있다. 카테고리를 선점하라.
마케팅은 '학문'이 아니라 실전이다.
문제가 생기면 킹핀을 찾아내라, 괜히 회충들한테 보약을 먹이지 말라.
역발상은 없다, 원칙에 충실한 것이 역발상이다.
매일 머리를 감듯이 새로워져라. 이왕 하려면 아무도 하지 않을 때 해라.
단 하나를 만들더라도 확고한 제품 철학을 가져라. 그것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만든다.
CEO의 유일한 혜택은 '스스로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남을 벨 수도, 오히려 나를 벨 수도 있는 칼이다.
다 쏟아 부어라, 그래야 통한다. 최선을 다했다면 소심한 고민일랑 접어라.
나의 가치관이 내 역할과 크기를 결정한다. 내가 CEO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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