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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스타일의 전략

언제부터인가 저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나날이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역사적 미학적 의미의 '디자인'의 개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아는 바가 없지만, 어쨋든 디자인은 '사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게 '디자인'은 개인적 취향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마케팅 또는 사업 차원의 문제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개인적 차원의 미학적 인식도 서서히 변화하고 있고, 그로부터 나만의 '스타일'을 스스로 조금씩 인지해나가고 있는 중이기도 합니다.)


   제   목 : 스타일의 전략
   원   제 : THE SUBSTANCE OF STYLE
   지은이 : 버지니아 포스트렐
   펴낸곳 : 을유문화사 (초판 출간일 2004.10.15 | 2004.12.30일刊 초판 2쇄를 읽음) ₩1,300

막연하게나마, 그리고 경험적으로 디자인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에, 우연히 접한 이 책의 제목은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도록 매력적이었습니다. - 《스타일의 전략(원제는 The Substance of Style)》
그러나 저에게 이 책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례를 통해 디자인과 스타일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비판하고 그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지만, 출퇴근길 복잡한 지하철 속에서 끊어가며 읽은 탓인지, 저자의 설명 중 상당 부분을 정확한 이해 없이 '감(感)'으로 넘어갔습니다. '디자인'과 '미학', '스타일'이라는 말을 특별한 사전적 규정 없이 섞어 사용한 것이 이 책의 난해함에 큰 몫을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이해했습니다.

영어권 사람들에게 대단히 멋진 제품이나 사람을 표현하라고 하면 ‘스타일리시(Stylish)’라고 합니다. 영영사전에서 stylish를 찾아보니 이렇게 뜻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마치 좋다는 의미의 단어는 모두 포함된 듯한...
Someone or something that is stylish is smart, elegant, and fashionable.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Smart and Pretty' 즉 '똑똑하면서 멋진'이라는 표현입니다. 마지막 장의 제목이기도 한 이 문장에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능'의 발달은 거의 정점에 다다른 상태이므로, '기능'은 '외양'과 '느낌'에 종속되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저자 버지니아 포스트렐의 반복되는 주장입니다. 심하게 말하자면 '외양과 느낌'을 통하지 않고는 경제적인 행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활동조차 사회적으로 의미를 가지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쁘기만 할 뿐 통화도 되지 않는 휴대폰이나 움직이지 않는 자동차가 좋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기능성은 디자인의 첫번째 변명거리라기보다는 근원적인 품질이다. 디자인은 기능뿐만이 아니라 기쁨과 의미를 제공하는 것이기에 미학적으로 전문적인 견해에 관한 요구가 증가하는 것은 더 나은 기능이 아니라 더 많은 기쁨, 즉 우리의 감각을 기쁘게 해주는 지식과 기술들에 대한 욕구의 반영이다."(p.266)
따라서 물건을 아름답거나 흥미롭게 만드는 것은 그것을 작동하게 만드는 것만큼이나 가치 있고 필수적인 일이라는 것입니다. 요컨데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멍청하되 이쁘기만한" 것이 아니고 "똑똑하되 추한" 것도 아니며 "똑똑하면서도 멋진(smart and pretty)" 것입니다.

이 때의 '멋진'의 의미는, "이게 좋은 디자인이야"라는 이념보다는 "난 이게 좋아"라는 표현에서 느껴지는 개인적인 정서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사용하지 않아도 그저 책상 위에 놓인 아이맥을 좋아하고, 회색보다는 그저 검정색이 좋아 IBM 노트북을 사며, 커피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가 좋아 스타벅스에 가며, 반짝이는 입체 영상이 있는 신용카드 때문에 노드스트롬 백화점을 찾고, 충치 예방보다는 치아 미백에 더 많은 돈을 쓰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 "난 이게 좋아" (물론 거기에 가치를 두지 않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본문 어디선가 저자는 처음으로 칼라 모니터가 등장했을 때의 경험을 이야기합니다. 테스트삼아 칼라 모니터로 바꾸고 한동안 업무를 해봤는데, 예전 흑백 모니터를 사용할 때보다 실제 업무 효율은 높아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다시 흑백 모니터로 되돌리는 일은 결코 없었다고 합니다. 일을 하는 데에 별 차이가 없다고 하더라도, 그렇다면, 이왕이면 멋진(pretty) 것이 더 '좋아하는' 심리 - 저자는 이것을 보편적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저라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혹자는 이 모든 것이 자본주의적 산물이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지도 모르겠으나, 헐벗고 굶주리던 시대에도 아름다운 건축과 장식이 있었고, ‘내셔널 지오그래픽’에서 보듯이 문명의 이기를 제대로 받지 못한 미개인들도 페인팅과 각종 장신구를 활용하는 것을 보면, ‘사람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이후에나 미적인 욕구를 갈구하며, 기업은 기본욕구를 충족시킨 이후에 미적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일반론에 의구심을 가지는 저자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마따나 미학은 사치가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인 욕구이며, 미적 아름다움은 실생활의 일부이며 별도의 예술 영역으로 분리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다만 과거와는 달리 지금 21세기는, 그러한 미적 욕구를 보다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물리적 조건이 더해졌을 뿐입니다.

*
[나의 고민]
이 책의 원제(The Substance of Style)처럼 스타일의 실체가 이러한 것이라면, 지금 당장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야 합니다.
- 나의 스타일은 어떤 것인가?
- 우리 회사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 우리가 내 놓은 이 제품의 스타일은 무엇인가?
비록 정의할 수는 없어도 느낄 수는 있어야 합니다. 아니, 이것이 개인의 차원이 아니라 기업과 상품의 차원이라면 반드시 '정의'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모든 스타일을 만들어낼 수는 없으니까요.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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