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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우영의 초한지
벼르고 벼르던 고우영의 초한지(8권)를 손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주말농장에도 가지 아니하고 읽었습니다. 남들은 몇 시간이면 읽어치운다는 만화를 이틀을 꼬박 다 채워가며 읽었습니다. 주말 내내 딸이 제 주위 반경 1미터 밖으로 떨어지지 않고 착 달라 붙어있었던 것도 한 이유가 되겠지만 원래 그림 보는 속도가 느린 것이 주된 원인입니다. 만화도 평소에 좀 읽어 본 사람이나 빨리 읽지, 저처럼 만화 대여점에 제 돈 주고 간 일이 없는 사람에게는 글을 읽으랴 그림을 보랴 더 정신이 없습니다. 누가 옆에서 만화책 보는 제 모습을 봤다면 무슨 대단한 철학서적 읽는 줄 알았을 것입니다. 하하하~
제 목 : 초한지(전8권)
지은이 : 고우영
펴낸곳 : 자음과 모음 (초판 출간일 2003.12.3 / 2004.7.22일刊 초판 2쇄를 읽음) ₩56,000
표정은 심각했을지 모르지만 참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렇다고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초한지의 결말은, 아시다시피, 교토사양구팽(狡兎死良狗烹)으로 끝납니다. 그야말로 허무합니다.
수많은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장수와 병졸들의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가고, 허리가 싹둑싹둑 잘려나가고, 몸둥아리가 좌우 균등 분할되는 장면을, 고우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여자는 그저 남정네의 노리개이고, 대의(?)를 위해 변절은 밥먹듯하고... 그 전형적인 인물로 날건달 유방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신의 표현대로 '구역질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초한지를 읽었으니, 아니 보았으니, 거창하게 뭐 느낀 거 없냐구요?
없습니다.
예전에 삼국지를 두어번 읽고 나서, 뭔가 '깨달은' 것처럼, 술자리의 안주로 삼아 떠든 적이 있었는데, 부끄럽습니다. 삼국지가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되고 불멸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된 것 역시 부끄럽습니다. 뭐 제가 선정한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거기서 무엇을 본받으라는 건지, 요즘 많이 헷갈리고 있습니다. 초한지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삼국지 초한지를 읽어야 세상 사는 법을 깨닫는다는 말은 군대 가야 사람된다는 말이나 다름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 사는 법'과 '사람된다'는 말에 어떤 답이 있겠습니까.
고전을 꼭 읽어야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나, 고전 - 결국은 역사를 읽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 말은 그저 호들갑 떨며 읽지는 말자는 뜻이었습니다. 마치 거기에 무슨 답이 있다는 듯이 말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아침부터 횡설수설합니다. 죽은 한신의 시체를 찾아 떠나는 괴철처럼 말입니다.
죽은 한신의 시체를 얻으러 가는 괴철은 이렇게 말합니다.
"알고도 범하는 것이 사람의 실책이며, 모르는 듯 누리는 것이 인간의 권세인가?"
고우영의 초한지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제 목 : 초한지(전8권)
지은이 : 고우영
펴낸곳 : 자음과 모음 (초판 출간일 2003.12.3 / 2004.7.22일刊 초판 2쇄를 읽음) ₩56,000
표정은 심각했을지 모르지만 참으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렇다고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초한지의 결말은, 아시다시피, 교토사양구팽(狡兎死良狗烹)으로 끝납니다. 그야말로 허무합니다.수많은 싸움이 벌어지는 동안 장수와 병졸들의 목이 댕강댕강 잘려나가고, 허리가 싹둑싹둑 잘려나가고, 몸둥아리가 좌우 균등 분할되는 장면을, 고우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리고 있습니다. 여자는 그저 남정네의 노리개이고, 대의(?)를 위해 변절은 밥먹듯하고... 그 전형적인 인물로 날건달 유방을 그리고 있습니다. 한신의 표현대로 '구역질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초한지를 읽었으니, 아니 보았으니, 거창하게 뭐 느낀 거 없냐구요?
없습니다.
예전에 삼국지를 두어번 읽고 나서, 뭔가 '깨달은' 것처럼, 술자리의 안주로 삼아 떠든 적이 있었는데, 부끄럽습니다. 삼국지가 청소년 필독서로 선정되고 불멸의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된 것 역시 부끄럽습니다. 뭐 제가 선정한 것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거기서 무엇을 본받으라는 건지, 요즘 많이 헷갈리고 있습니다. 초한지도 역시 마찬가지구요. 삼국지 초한지를 읽어야 세상 사는 법을 깨닫는다는 말은 군대 가야 사람된다는 말이나 다름 없는 것 같습니다. '세상 사는 법'과 '사람된다'는 말에 어떤 답이 있겠습니까.
고전을 꼭 읽어야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나, 고전 - 결국은 역사를 읽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제 말은 그저 호들갑 떨며 읽지는 말자는 뜻이었습니다. 마치 거기에 무슨 답이 있다는 듯이 말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아침부터 횡설수설합니다. 죽은 한신의 시체를 찾아 떠나는 괴철처럼 말입니다.
죽은 한신의 시체를 얻으러 가는 괴철은 이렇게 말합니다.
"알고도 범하는 것이 사람의 실책이며, 모르는 듯 누리는 것이 인간의 권세인가?"
고우영의 초한지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부록

댓글 8
차라리 홍순승의 "이 시대에 충무공을 생각한다"을 읽고 정신이 제대로 자리매김하면 어떻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외국 사람들은 충무공을 배우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국의 전사를 배우고 있으니 아이로니컬 하지요?
문동렬// 원래 좋다,싫다, 이렇게 두 동강 내자는 뜻은 아니었으니까요, 문동렬님도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책 추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충무공에 대한 책은 삼가려고 합니다. 김훈의 칼의 노래 이후에 너도나도 충무공 얘기를 하는 바람에 - TV에서마저도... 그래서 흥미가 반감됐습니다^^ 칼의 노래에 감명받은 것으로 일단은 자족합니다. 대신 최근 나온 최인호의 <유림>을 읽고 있습니다. 1편 조광조편을 읽고 있는데, 보기보다 참 재미있습니다. 조만간 서평 올리겠습니다.
중국을 가보면 정말 엄청난 땅덩어리입니다. 그런데 그 광활한 대륙을 종횡무진하는 한신의 이야기가 참 끌렸었는데, 결국 한신의 용맹과 지혜가 물거품이 됩니다. 권력의 속성을 그대로 드러내지요.
그러니까 삼국지와 마찬가지로 역사 속의 권력은 허무입니다. 그 허무한 권력의 속성에서 배워야지요.
저는 고우영만화를 잘 보지 않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그림으로 제한한다는 생각이 들고, 또 너무 적나라하기도 하고, 해서 그냥 소설들이 좋더군요.
우연찮게 알게 되어 방문한 이후론,
favorit site 1위가 되었네요.
배워서 나누자는 철학이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저도 다시금 독서 삼매경에 빠져 보렵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많은 면에서 동감합니다.
고우영의 만화를 제대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험이 괜찮았던 것은 고우영식의 상상도 참 재미있다는 것입니다. 책을 통해 더 많은 상상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겠지만 정성들여 그린 만화도 괜찮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습니다. 그냥 소설이 더 좋다는 말에도 공감합니다.
오관수 // 올 여름 함께 독서삼매경에 빠져볼까요^^ 가을보다 여름에 책이 더 많이 나간다고 합니다. 오관수님의 격려 한마디로 오늘 하루도 기분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홍윤재// 시간이 지나면서 제 생각이 또 바뀔지 모릅니다^^ 홍윤재님 반갑습니다~
그건 그렇고 권당 7000원은 좀 비싸군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