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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삼국지의 지혜

밤 늦게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올 때면 출근길에 재미있게 읽었던 책도 부담스러울 때가 많습니다. 지치고 피곤한 탓입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가방에는 항상 두 가지 정도의 책은 있어야 합니다. 주되게 읽고 싶은 책 한 권과 피곤하거나 머리가 아플 때 재미삼아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 정도.
《삼국지의 지혜》는 후자의 경우를 위해 가지고 다니며 봤던 책입니다.


   제   목 : 삼국지의 지혜
   지은이 : 황의백 엮음
   펴낸곳 : 범우사 (초판 출간일 1995.5.30) / 2004.2.10일刊 2판 1쇄 읽음 ₩2,800

《삼국지》를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아주 가볍게 재미삼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 심오한 내용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이런, 그러고 보니 제가 쓸 내용도 별로 없습니다. 갑자기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손이 민망해집니다^^.

책 얘기는 이쯤하고(?), 다른 얘기 좀 해야겠습니다.
서점에 가보면 《삼국지》를 빗대어 경영이나 처세에 관해 논한 책들이 많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런 책들 중 어느 하나 걸작이라고 꼽을 만한 게 없는 것 같습니다. 다 읽어 보진 않았지만, 몇 권 사서 봤던 것들도 대개 수준 이하였고, 서점에 서서 대충 훑어 봐도 별 영양가가 없다 싶었습니다.

지지난 독서노트에서 구본형 소장님의 말을 빌어 "자기계발서는 진실과 사기의 경계를 걷는 위험하고 복잡한 분야"라고 썼습니다. 경영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경영을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경영도 역시 삶과 죽음 - 즉 생존의 문제인데, 이것에 대해 대충 주워들은 지식으로 좋은 말들만 늘어놓아 경영에 도움이 되는 책이라고 내어놓는 것은 참으로 나쁜 짓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삼국지》에 빗대어 경영을 논한 책들을 보면 대개 이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재미로라도 읽은 것 같은데, 요즘에는 별 재미를 못 느낍니다. 아마도 《삼국지》 자체에 대한 흥미가 많이 사라진 때문인가 봅니다.
스무 살 때 읽는 《삼국지》와 서른 살, 마흔 살에 읽는 《삼국지》가 다르다더니,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 진부한 것 같기도 하고, 굵직한 삶의 지혜보다는 잔뿌리 같은 어지러운 계략만 난무하는 것 같아 제 삶에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습니다.

《삼국지의 지혜》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두 수 앞을 내보다'라는 꼭지를 보면 적벽대전에서의 주유라는 인물을 두 수 앞을 내다보는 모사가로 그리고 있습니다.
만약 예전에 읽었더라면 '그래 맞아!'라고 맞장구를 치고서, 현재에 아둥바둥거리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멀리 보고 싶다고 멀리 보이는 게 아니더라는 말입니다. 현재의 삶에 충실하지 못하고, 현재의 상황(가정 또는 회사일)에 치열하지 못하면서 눈만 멀리 보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더라는 것입니다.

《삼국지》는 분명 배울 게 많은 고전 중의 고전임에 분명하지만, 당분간은 멀리하고 싶습니다. 나와 남, 그리고 남과 남들 사이의 죽고 죽이는 간계를 고민하기보다는 그 전에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닦을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삶의 지혜는 두 수 앞을 내다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의 자기자신을 제대로 아는 데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 그런데, 이거 리뷰 맞나요?.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삼국지의 지혜》가 수준 이하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삼국지의 지혜》는 그저 재미삼아 읽을 수도 있고, 읽는 이에 따라서는 매우 큰 지혜를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위와 같이 리뷰 아닌 잡소리를 늘어놓은 것은 그저 요즈음 제 기분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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