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손병목의 독서노트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마음 같아서는 다소 여유를 가지고 오래된 고전을 곱씹으며 내 '안'을 넓히고 싶습니다. 하루하루 《주역》의 문장을 들여다보며 그 깊은 뜻에 다가가고 싶습니다. 《논어》와 《맹자》의 주옥 같은 명문들을 되뇌면서, 의식 한 구석에 처박혀 있는 여벌 지식을 내 몸속 구석구석까지 전이하는 행복한 경험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지금 제가 읽고 싶어하는 책들은, 삶의 지혜는 줄지 몰라도 생존의 수단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추상적 삶이 아닌 구체적 현실을 살아가면서 본업을 게을리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 본업이란 다름 아닌 단 하나의 상품(서비스)이라도 더 팔아야 하는 사기업(私企業)에 종사하고 있는 자로서의 임무입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한 사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경영과 마케팅과 관련된 지식을 쌓는 것은 본업에 충실하기 위한 기본 덕목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아무리 읽고 싶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더라도, 때때로 경영과 마케팅 관련 서적을 읽을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때때로'라는 말도 어쩌면 직무 유기적 발언일 수 있습니다. 현업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지식을 '때때로' 쌓아서는 안 되겠죠. '전문가'라는 경지가 어디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겠습니까.  
'때때로' 익혀서는 안 되고 '때맞춰' 익혀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마케팅과 경영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한시라도 게을리해서는 안 됩니다. 그 노력을 게을리하는 것 자체가 저의 임무를 방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성합니다.


   제   목 :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부   제 : 고객의 심리에 관한 100가지 실험
   지은이 : 니콜라 게겐 / 고경란 옮김 / 김현경 해설
   펴낸곳 : 지형 (초판 출간일 2007.1.8 / 초판 1쇄를 읽음) ₩13,800

오랜만에 마케팅 서적 한 권 읽었습니다. 니콜라 게겐이 쓴 《소비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입니다. 니콜라 게겐은 프랑스의 심리학자입니다. 심리학의 개념과 이론 방법을 경영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에 접목하여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비록 사례가 영미권에 한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의 행동에 대한 심리를 이해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상품 가격이 10달러가 아닌 9.99달러라면 왜 더 잘 팔리는가? 광고효과는 실제인가 신화일 뿐인가? 매일 우편함에 쌓이는 전단지를 보면 정말 사고 싶어질까? 등 마케팅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가져봤음직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담고 있습니다. 그 해답은 '실험 결과'라는 매우 믿을 만한 증거로 제시됩니다.

이런 책을 통해 모르는 지식을 새로이 얻기도 하지만, 이미 알고 있던 내용이라도 다시 보면서 현재의 고민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얻을 때도 많습니다. 따라서 책 읽을 당시의 처한 상황에 따라서 별 볼일 없는 책이라도 아주 훌륭한 지침서가 될 수도 있고, 비록 훌륭한 내용의 책이라도 별 볼일 없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모든 독서 행위는 판독 - 이해 - 추론 - 비판의 과정을 거칩니다. 마케팅 서적을 가까이 두고 참조하는 행위는 판독과 이해의 목적보다는 추론과 비판의 목적이 더 강합니다. 쉬운 말로 '아하, 그렇구나!'하고 끝나서는 안 되고, 반드시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하는 단계까지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금 제가 처한 상황에서 도대체 어디에 써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 책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것으로 이 책은 제게 충분한 역할을 했습니다.

고맙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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