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자기 경영 노트

머피의 법칙의 교훈

슈퍼마켓에서 혹은 현금 자동 인출기 앞에 길게 늘어선 줄들을 보고 '어느 줄에 설까'를 고민해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순간적인 눈 굴림과 쪼잔한 잔머리를 동반해 '사소한 일에 목숨거는' 고민 끝에 제일 빨리 줄어들 것 같은 줄 뒤에 서지만, 늘 다른 줄들이 먼저 줄어든다. 도대체 그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줄에 섰으면 지금쯤 계산이 끝났을텐데 말이다. 젠장할!!
이 문제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슈퍼마켓에 열두 개의 계산대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공교롭게도 내가 선 줄의 계산대가 말썽을 일으킨다거나 사람들이 물건을 많이 사서 유독 계산이 느리게 진행될 수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는 다른 줄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수 있다. 다른 줄에서도 그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사람들은 늘 가장 짧은 줄 뒤에 서려고 할 것이므로 내가 선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 확률은 얼마일까? 그것은 당연히 12분의 1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들 확률이 12분의 11이나 된다는 얘기다. 아주 운이 좋지 않다면, 어떤 줄을 선택하든 결국 나는 다른 줄이 먼저 줄어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

(중략)

우리는 그동안 열두 줄이나 길게 늘어선 계산대 앞에서 내 줄이 가장 먼저 줄어들기를 바랬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날씨를 상대로 하는 일기 예보에게 100%의 정확도를 기대했고, 식탁 높이에서 토스트를 떨어뜨렸으면소 토스트가 멋지게 한 바퀴를 돌아 버터 바른 면을 위로 하고 10점 만점으로 착지하길 바랬던 것이다. 머피의 법칙은 세상이 우리에게 얼마나 가혹한가를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세상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무리하게 요구했는가를 지적하는 법칙이었던 것이다.

- 정재승,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