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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공지영 - 별들의 들판

소설을 리뷰한다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습니다. 줄거리 요약은 정말로 부질없는 짓이고, 주제 넘게 평론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문학을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저 읽고 싶어서 읽었을 따름입니다. 뭔가를 얻고자 하는 목적 의식은, 소설을 읽을 때만큼은 불필요한 목적이 됩니다.

평소에 소설을 잘 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책들을 많이 읽은 것도 아닙니다. '책 읽지 않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서 책 좀 읽어보겠다고 마음 먹은 것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하다보니 문학류보다는 실용서 위주로 읽게 되었습니다. 대학 시절에도 철학서와 사회과학서적은 좀 읽은 것 같은데 문학류는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편향된 독서 습관이며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스스로도 경계하는 바이며, 뭔가 허전한 구석을 메꾸기 위해 앞으로 노력하겠지만, 현실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에 더 손이 많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한정된 시간의 효율적인 독서를 위하여...ㅎㅎ

그래도 그나마 공지영의 소설은 좀 읽어봤습니다. 시대 순으로 바르게 정렬된 건지 모르겠지만, 『더이상 아름다운 방황은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시작』,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인간에 대한 예의』,『고등어』,『착한 여자』 등을 읽었습니다.
유독 공지영의 소설에 관심이 가는 까닭은, 흔히 <후일담(後日譚)>이라 일컬어지는 얘기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누구는 '후일담'이라는 말 자체부터 못마땅하게 생각하지만, 제 생각에는, 세상에 후일담 아닌 소설이 또 어디에 있는가 싶습니다. 다만 70~8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90년대에 들어 그 시절을 회상하며 쓴 문학작품을 일컬어 '후일담'이라는 꼬리표를 붙인 까닭에 공지영의 모든 소설을 얘기할 때면 으례 후일담 소설이라고 일축해버리는 것 같습니다. 후일담 문학이라고 해서 모두가 과거를 회상하며 '그 때가 좋았다'는 현실 패배적인 관점으로 쓰여진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일 것입니다.


   제   목 : 별들의 들판
   지은이 : 공지영
   펴낸곳 : 창비 (초판 출간일 2004.10.25 | 초판 1쇄를 읽음) ₩9,000

소설의 주인공은 대개, 이래저래 80년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80년대가 무대가 아니라, 80년대의 기억을 가지고 살아가는 '현재'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대부분 고통스런 과거를 안고 살아가며, 미래에 대한 혼란함과 불안, 공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별들의 들판』 여섯 편의 이야기에 나오는 주된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헤어짐과 이혼, 외도의 경험이 있습니다. 그렇게들 '살아가고' 있습니다. <작가의 말>을 통해 공지영 스스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소설 속의 등장인물들이 모두 작가 주위의 실존 인물처럼 느껴집니다.
이상은 사라지고 사랑은 떠나가고, 또렷했던 정체성은 혼란스러워져 삶의 방향감각마저 잃어버린 사람들, 흔히 말하는 386 세대의 슬픈 자화상일 것입니다. 물론 모두가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모두가 그러하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불과 얼마 되지 않은 과거의 기억을 너무나도 빠른 속도로 잊어버리고 살아갑니다. 기억을 지우지 않고 있으면 마치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마냥 취급되며,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삶을 고민했던 사람들이 어느새 나약한 낙오자로 전락하게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과 감정들이 끊임없이 교차됩니다. 소설을 읽으므로해서 잠시 잊혀져던 과거를 회상하고 현재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과거의 회상은 현재의 처지가 어떠냐에 따라 흐뭇하게도 남루하게도 다가옵니다. 과거의 삶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오히려 현실을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건 궤변일까요?
가끔 뒷모습은 얼굴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돌아서서 부끄럽지 아니하고, 돌아서 가는 뒷모습이 당당하게 빛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세상은 혼란스럽지 않습니다. 그저 변해가는 것일 뿐. 그것을 바라보는 제가 혼란스러운 것일뿐.

삶이 보다 치열해져야겠습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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