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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상사가 귀신같아야 부하가 움직인다?

어쩌다가 이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습니다. 만약 돈 주고 사서 읽었더라면 아마 지금 깊이 후회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제   목 : 상사가 귀신같아야 부하가 움직인다
               학원사 발행 《윗사람 아랫사람》의 개정판
   지은이 : 소메야 가즈미
   펴낸곳 : 북플러스 (초판 출간일 2004.4.15 | 2004.6.20일刊 초판 5쇄를 읽음) ₩8,500

이 책을 읽으면 참 답답해집니다. 책을 펼치고 상당한 분량을 읽을 때까지, 이 책을 계속 읽어야하나 말아야하나 갈등하였습니다. 조직과 조직 내의 인간관계에 대한 저자의 인식은 철저한 상하 종속 관계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것들입니다.

부드럽게 타일러서는 직원들은 달라지지 않는다. 논리적으로 말해도 반발만 일으킬 뿐이다. 대화나 토론은 시간 낭비이다. 자주성 같은 것을 기대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상대방은 이미 20년 이상이나 느긋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강제에 의해서만 달라질 수 있다. 묻거나 대답을 기다릴 것 없이 강제로 해야 한다. 직원들은 그것을 견뎌야 한다.(p.26)
명령이란 원래 그런 성질의 것이다. 윗사람의 실력이나 윗사람에 대한 아랫사람의 신뢰 같은 것과는 거의 관계 업는 ‘법칙’인 것이다. 물론 법칙이 겉으로 드러나 그것만 노출되게 되면, 직장은 살벌해진다. 그래서 인간관계나 직장관습과 같은 갖가지 윤활유가, 그렇게 되지 않게 하기 위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윗사람은 명령의 법칙 위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잠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p.41)
아랫사람은 당신이 믿는 것만큼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p.107)

마음에서 우러나와 인간 스스로를 변화시키지 못하고 상사로서의 스킬만 가르친다고 해서 좋은 상사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아무 생각 없이 부하 직원보다 못한 행동을 보이는 상사한테 조금 도움이 될 수 있겠으나, 조심하셔야할 것입니다. 이 책을 잘못 읽었다가는 오히려 더 큰 역효과가 생길 수가 있을 것이니까요. 진심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행동은 반드시 원칙과 행동의 부조화를 일으키고 말테니까요.

물론 찾아보면 새겨 들어야 할 부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아랫사람의 문제 제기에 대해 신속하고 구체적으로 판단하라며 ‘행동력’에 대해 언급한 부분, 이와 명령을 내릴 것이라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내리라는 것, 망설이지 말고 먼저 다가서서 가르쳐주라는 것, 자기보다 유능한 부하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등등. 그러나 이것이 어째 양념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양념만으로 음식의 맛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 양념은 그저 양념일 뿐입니다.

책에 대해 평(評)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우나 이 책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부담 없이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한마디로 “지식사회에서, 그리고 지식이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기업에서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 ‘부하직원 관리 스킬 매뉴얼’이다.”

만약 리더십에 대해 진정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면, 읽기가 쉽지 않은 분량이지만 스티븐 코비의 《원칙 중심의 리더십》을 권합니다. 내용은 제목 그대입니다. 리더십의 기본은 원칙이며, 스스로 그 원칙에 부합하는 행동을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람 사이에서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룰이 아니라 상대방을 믿어주고 장점을 찾아주어 그 사람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까지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스킬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가 없습니다.《상사가 귀신 같아야...》의 저자와 근본적으로 관점이 다릅니다.

피터 드러커의 여러 경영 서적을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에 대해 결코 많은 분량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의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리더십이란 영리함이 아니라 일관성으로 유지된다.(...)
리더십은 분명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소위 말하는 리더적인 기질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카리스마와는 더욱더 관계가 없다. 신비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평범하고 싫증나는 것이다. (...)
효과적인 리더십의 기초란 조직의 사명을 깊이 생각하며 그것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명확히 정의하고 확립하는 것이다. 리더란 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기준을 세워 그것을 유지하는 사람이다.(《미래기업》中)
부하의 약점을 따지는 것은 잘못된 일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일이 된다. 상사인 사람은 조직과 부하 한 사람 한 사람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야 할 책임이 있다.(《목표를 달성하는 경영자》中)
엄격한 프로는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현할 것을 요구한다. 누가 바른지가 아니라 무엇이 바른지를 생각한다. 머리의 명석함이 아니라 성실함을 소중히 여긴다. 이 성실함이라는 자질이 결여된 사람은 아무리 사람을 좋아하고 잘 도와주며, 교제가 원활하며 유능하고 머리가 좋더라도 조직에위험하며 상사로는 부적격이다.(《경영의 실재》中)
신뢰한다는 것은 리더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의 의견에 늘 동의한다는 뜻도 아니다. 리더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이다. 그것은 성실함이라는 정말로 진부한 것을 기초로 한 확신이다.(《미래기업》中)

리더십은 카리스마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진부함에 있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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