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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현실을 직시하라

이 책의 저자이기도 한 래리 보시디와 램 차란은 3년 전에 《실행에 집중하라》를 썼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4월에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그 책에서 저자는 전략적 계획과 결과 사이의 괴리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했습니다. 아무리 거대하고 야심찬 계획이라고 하더라도 실제로 큰 결실을 맺기가 힘든 이유는 바로 '실행력 부재'라는 것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략과 운영 및 예산 책정, 인력 프로세스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설명했습니다.


   제   목 : 현실을 직시하라
   원   제 : Confronting Reality
   지은이 : 래리 보시디, 램 차란(Larry bossidy & Ram Charan)
   펴낸곳 : 21세기북스 (초판 출간일 2004.11.17 |초판 1쇄를 읽음) ₩12,000

이 책은 《실행에 집중하라》의 후속판 성격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 책에 비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결론은, 비즈니스의 성패를 결정짓는 근본 원인은 '사업의 목적과 방향을 바라보는 시각'에 있다는 것입니다. 그 시각이란, 비즈니스의 성패를 가르는 몇 가지 '핵심 요소'를 분석하고 서로 연결해주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핵심 요소는 바로 '비즈니스 환경', '재정적 목표', '주어진 환경에서 재정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내부 활동과 역량'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분석 기법을 저자는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비즈니스의 세부사항을 '현실'에 근거해서 포괄적으로 생각하기 위한 일종의 프로세스인데, 이는 매우 어려운 정신적 작업으로 한번에 완성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이것은 '다듬기 iteration'라는 프로세스를 통해 '원하는 현실'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성공한 사례를 소개할 때마다 반복해서 인용되는 그림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숙달하여 거의 본능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수 있는 사람을 '비즈니스 안목 business savvy'이 있다고 표현합니다. 비즈니스 안목의 핵심은 돈이 있는 곳과 돈 버는 방법을 선택할 때 자신도 모르게 또는 의도적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사용합니다. 이런 사람은 절대 현실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세우지 않는데, 이 책에서는 월마트의 샘 월튼, 델 컴퓨터의 마이클 델, IBM의 루 거스너, GE의 잭 웰치, EMC의 조 투치, 선마이크로시스템의 스콧 맥닐리, 시스코의 존 챔버스, 홈디포의 나르델리, 3M의 짐 맥너니, 톰슨코퍼레이션의 리처드 해링턴이 바로 그들입니다. 이들의 비즈니스 안목 - 즉 위기의 기업을 회생시킨 요인을 비즈니스 모델 개념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 전체를 통해, 사업의 성패는 비즈니스 모델 분석 기법을 통해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반복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능력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리더를 가리는 최선의 기준이라고 말합니다.
예로부터 중시해온 리더십 자질을 갖춘 인재들이라고 해도 새로운 시각에 귀를 닫아두는 태도와 같은 흠이 이제는 용서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새로운 리더십의 두 가지 필수불가결한 자질은 바로 '비즈니스 안목'과 '지식 욕구'라고 말합니다.
비즈니스 안목은 이미 언급한 대로 비즈니스 모델을 마음속에 품고 정확하게 이해하여 거의 본능적으로 이 기법을 적용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모든 복잡한 변수들 속에 단순한 원칙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복잡한 변수들을 분류하고 비교 검토할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또한 비즈니스 안목에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지식욕'이라고 합니다.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쓴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Only the Paranoid Survive》라는 책도 있듯이 새로운 환경에서는 편집증에 가까운 특성이 생존의 필수조건이라는 것입니다. 비즈니스의 전망을 영원히 바꿔놓을 수 있는 아주 조그만 정보까지도 찾아내는 탐구욕, 모호함을 오히려 즐기는 태도와 자신감 - 이것이 바로 지식욕이라고 말합니다.

이러한 비즈니스 모델과 지식욕으로 무장한 리더는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리더 하나만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킬 수는 없습니다.
"조직이 변화할 능력을 갖추면 비즈니스 모델은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리더는 비즈니스 모델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다가 아니다. 조직에 변화의 능력을 심어주어야 한다. 조직이 언제라도 변할 수 있게끔 조직의 유동성을 강화해야한다." p.218) 이것이 가능하려면, 이러한 조직을 만들려면 결국 저자가 전작(前作)에서 말한 '실행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는 최악의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자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가 '일상용품'화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IBM의 CEO 사무엘 팔미사노는 이렇게 얘기합니다. "혁신 아니면 일상품 지옥commodity hell이다." 이 책에는 비즈니스 모델 분석을 통해 특정 사업 부문이 일상품화되어 간다고 판단하고 즉각 사업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현실을 직시하라는 내 요구에 리더들은 기꺼이 따라주었다. 자사 제품에 일상용품 수준의 가격밖에 매길 수 없고 우리의 규모로는 원가나 가격경쟁이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기 시작했다. 리더들의 냉정한 상황 판단과 현실감각은 그 사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한 데서 가장 빛을 발했다. (p.253)"
인텔의 앤디 그로브가 메모리칩의 일상품화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 사업을 포기하고 프로세서 사업에 집중한 예(p.198)도 있습니다.
자신의 사업 결과물이 일상품이 된다는 것, 사업하는 사람에게는 바로 '지옥'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나의 제품·서비스가 혹시 일상품인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또는 그렇게 되어간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떻게 해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지, 책 읽는 내내 이런 고민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 외에 새겨 둘만한 말들]

  • 앞으로는 현실감각을 갖춘 새로운 유형의 리더, 우리가 완벽한 비즈니스맨이라고 부르는 리더가 필요하다. 현장경영, 커뮤니케이션 기술, 설득력, 동기유발 능력처럼 과거에 고속 승진을 가능케 했던 리더십 자질만으로는 이제 부족하다. 다양한 시각과, 괴팍한 아이디어에 귀를 여는 태도와, 비즈니스 안목과, 식을 줄 모르는 지적 욕구가 있어야 현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p.86

  • 평범한 비즈니스맨은 책상 앞에 놓인 현안에서 근본 문제로 마음을 돌리기가 정말이지 쉽지 않다. 대개는 눈앞에 놓인 일을 처리하다가 하루를 몽땅 보내버린다. 그러다 보면 현실 직시를 가로막는 습관에 빠져버린다. p.203

  • 지금 경쟁사 분석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가정하자.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값비싼 컨설턴트를 고용할 필요는 없다. 기업들은 제품 출시와 인사 변동, 공장이나 사무실의 개설·폐쇄 등, 자사의 현황을 항상 외부 세계에 알리고 있다. 최대한 다양한 각도에서 연구하면 이 모든 것이 훌륭한 정보가 된다. 특히 인사 변동이 가장 중요하다. p.204

  • 제품이나 서비스의 올바른 차별화를 이루려면 그 차이가 최종 사용자에게 정말로 중요한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아울러 스피드가 중요하므로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p.210

  •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p.244

  • 통념은 과거의 해법에 의존하고 비슷비슷한 사람들의 의견에만 귀를 기울일 때 생기는 것이며 현실적 사고의 최대 적이다. p.250

  • 시시각각 새로운 현실이 형성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리더에게 과거는 단지 다음 행동을 하기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 이런 리더는 알력다툼과 자신의 야망 실현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는 일에 지적, 감정적 에너지를 집중시킨다. 마치 영화처럼 머릿속에서 기회와 위협의 시나리오를 영상화하며 꿈을 꾸고 개념화한다. p.250

  • 오늘날에는 비현실과 싸우는 일이야말로 리더의 최우선 과제다. p.261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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