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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목의 독서노트

라퐁텐 우화

이런 정신 상태(?)에서 리뷰를 써야할지 의문이지만, 본격적으로 리뷰를 쓰려고 마음 먹은 후부터는 책 한 권을 읽고 리뷰를 쓰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여 다음 책을 손에 잡지 못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어쩌다 보니 회사일로 연일 술을 마시게 되고, 특히 오늘은 새벽 늦게까지 이어지다 지금에서야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 글은 최초의 취중 리뷰가 되겠네요.^^


   제   목 : 라 퐁텐 우화
   지은이 : 다나구치 에리야
   펴낸곳 : 황금부엉이 (초판 출간일 2004.11.5 |2004.12.15일刊 초판 2쇄를 읽음) ₩12,000

요 근래 좀 무거운 주제의 책을 읽어서인지,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어서 골랐는데, 성공했습니다. 라퐁텐 우화를 읽었습니다. 어렸을 때 동화책에서 읽거나 들어보았던 이야기들이 태반이니 술술 넘어갈 수밖에요. 시골 쥐와 도시 쥐, 늑대와 두루미,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토끼와 개구리, 당나귀를 메고 가는 부자父子이야기, 소금과 솜을 지고 강을 건너는 당나귀 이야기 등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이야기들이 꽤 많습니다. 출퇴근 길 지하철 오며 가며, 그리고 약간의 시간만 보태면 하루만에 80여 편의 이야기를 가볍게 읽을 수 있습니다.

우화는 2천 몇 백 년 전에 이솝(아이소포스)이라는 그리스 사람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그러나 그 역시 당시의 설화나 전설을 수집하다가,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추측됩니다. 현재 정리된 형태로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이솝 우화는 바브리오스라는 그리스 시인이 백여 편의 이솝 우화를 시의 형식으로 표현한 우화시입니다. 이솝의 시대로부터 몇백 년 후의 일입니다. 현재의 이솝 이야기는 14시기에 플라누데스라는 사람이 엮은 것이라고 합니다. 이로부터 삼 백 여년 뒤인 17세기에 프랑스의 라퐁텐이라는 시인이 이솝 우화의 표현 형식을 빌어 독자적인 우화집을 만들었습니다. 거기에는 이솝의 이야기 외에도 유럽의 설화 등 여러 얘기들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제가 읽은 것은 17세기 라퐁텐의 우화집을 번역한 정통 라퐁텐 우화집이 아니라, 이것을 다시 현대적으로 각색한 나니구치 에리야의 우화입니다. 그 중에서도 1권이었는데, 80 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습니다. 저자인 나니구치 에리야에 의하면, 라퐁텐 우화의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고 합니다. 언뜻 보더라도 저자가 의도적으로 덧붙인 부분이 눈에 많이 띕니다. 바꾸고 덧붙인 정도가 어느 만큼인지는 제대로 된 원본 우화집을 읽어보지 못해서 정확하게 말씀드리기가 힘듭니다. 원래의 이야기를 어설프게 각색하고, 독자에게 맡겨야 할 이야기의 교훈이나 평가를 섣불리 언급한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원본을 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원작보다 더 많은 인기를 끌었던 이문열의 삼국지,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견줄 만큼의 작품성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잊혀져가는 우화의 세계를 이 시대에 다시 수면 위로 끄집어내는 데에는 이 책이 일조를 할 것 같습니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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