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members.net 아카이브 · 2002–2009

손병목의 공부습관 이야기

엄마가 아니라 입주 강사

초2 올라가는 딸아이, 현재 수학3-가를 하고 있습니다. (중략)
아이가 엄마가 옆에 있질 않으면 잘 하려고 하질 않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제는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으면모든 공부를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학원은 다니지 않고 다 엄마표입니다.
조언 좀 꼭 부탁 드립니다.


부모2.0에 올라온 사연이다. 이렇게 답변을 드렸다.

현재 엄마는 학원 강사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초2 올라가는 아이가 현재 3학년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하는 걸 보니, 엄마가 학원을 대신해서 아이에게 선행을 해주고 있네요.

아이를 학원에 안 보낼 뿐 집에다 학원을 차린 꼴입니다. 말이 엄마표이지 실은 아이 입장에서 보자면 학원 선생님인 엄마를 둔 것입니다. 그것도 24시간 입주 강사입니다. 그 입주 강사의 품질이 학원 강사보다 떨어집니다. 게다가 걸핏하면 화를 냅니다. 엄마가 싫어지고 공부도 싫어집니다.

엄마가 학원 강사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아이는 엄마를 엄마로 보지 않고 학원 선생님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공부할 때 엄마가 옆에 있으면 편하기는 커녕 오히려 부담스럽습니다. 이건 엄마표가 아닙니다.


많은 부모들이 학원에 보내지 않는 것을 엄마표라고 생각하고 있다. 학원을 보내고 보내지 않건,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의 눈에 엄마 대신 24시간 함께 하는 입주 강사가 있을 뿐이다. 엄마가 학원 강사역할을 대신하려 할 때 엄마표는 필연적으로 아이와 부딪치게 되어 있다.

엄마는 학교 선생님도 학원 강사도 될 수 없다. 그렇게 흉내 낼 때 아이의 공부도, 엄마와 아이의 관계도 어긋나게 된다. 엄마표를 표방한 책의 핵심은 책에 나오는 ‘방법’에 있지 않고, 그 책을 쓴 사람의 ‘정신’에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엄마표 성공 신화를 따라하지만 정작 주위에 성공한 사람이 드문 이유는 바로 그것이다.

공부 방법에 대한 정보는 이미 충분히 알려져 있고, 조금만 노력해도 알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이 우리 아이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소소한 방법에 얽매이지 말라. 책을 관통하는 원칙과 정신에 집중하라. 책 속 아이들이 어떤 교재를 보고, 하루에 몇 시간씩 공부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그 정도는 내 아이의 현재 수준에 따라 내 식대로 바꿔야 하는 부분이다. 현상에 몰입할수록 본질은 멀어진다.

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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